꾀를 내고 꾐에 빠지고... 그듯한 꾀의 향연이 '토끼전'에서 펼쳐진다. 토끼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판소리 중에서도 가장 이본이 많은 텍스트라고 한다. '토끼전' 이외에도 '별주부전', '토별가', '별토가', '수궁가' 등등 붙은 제목만 해도 다양하다. 이 이야기가 이토록 다양하게 변주된 것은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며 사랑받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토끼전에서는 육지와 바다라는 장소의 대비를 통해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서로 이질적인 육지동물과 수중동물들을 한데서 볼 수 있는 것은 토끼전만의 흥미거리다. 또한 의인화된 동물들 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인간 세상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토끼는 대체로 재치있고 영리한 동물로 묘사가 된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토끼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 따라갔다가 죽임을 당할뻔 하지만 아주 태연스럽고 간교한 말솜씨로 위기를 모면하고 육지로 무사히 돌아온다. 어떻게 보면 간을 임의로 꺼냈다 넣었다 한다는 말에 속아 넘어간 용왕이나 주변 신하들이 어수룩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토끼가 풀어놓는 이야기와 그 행동거지를 보면 누군들 거기에 넘어가기 않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 토끼의 어리석고 허영심 있는 모습도 나타난다. 자라를 따라 용궁에 간 것도 벼슬을 준다는 얘기에 혹하기도 하고 자신을 높여주는 것에 의기양양해진 것도 있었다.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자라의 몇 마디 말에 그렇게 홀랑 넘어간 것을 보면 결국 스스로의 욕심에 넘어간 거라고 볼 수 있다.


자라 역시 말솜씨를 발휘해 토끼를 꾀어 용궁까지 데려가지만 자라의 꾀는 토끼의 꾀와는 성질이 다르다. 토끼는 순전히 본인의 욕심과 안위 때문에 꾀에 빠지고 꾀를 내지만 자라는 명분을 위한 꾀를 낸다. 그건 용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라의 행보는 대체로 우직한 느낌이 든다. 자신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토끼가 꾀를 내어 즐길 것 다 즐기고 용궁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자라의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토끼 또한 자라가 자신을 죽이려고 데려간 것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용왕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자라의 모습 또한 높이 샀기에 자신의 똥으로 용왕을 병을 낫게 하여 자라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토끼와 자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과 특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재미를 토끼전은 가지고 있다. 토끼와 자라와 함께 육지와 수중의 온갖 동물들을 만나보면서 작품이 가진 매력을 흠뻑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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