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상의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보통 공자나 맹자가 언급된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내세운 유가 사상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떠오른다. 그런데 이들과 결이 다른 일가를 이룬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노자다. 공자와 맹자가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고 가르침을 펼쳤다면 노자는 함이 없음, 즉 무위無爲를 내세워 가르침을 펼친 인물이다. 그런 노자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이 「도덕경」이다.


「도덕경」에 나와 있는 노자의 이야기는 대체로 길지 않다. 하지만 짧은 문장을 통해서도 그의 사상을 분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서른 개의 바퀴 살이 하나의 바퀴 통에 모이니

무가 있기에 수레의 쓸모가 생긴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니

무가 있기에 그릇의 쓸모가 생긴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니

무가 있기에 집의 쓸모가 생긴다.

그러므로 유가 이로움이 되는 것은

무가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노자가 중요시하는 '무無'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유가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은 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꽉 채워져 있는 것을 덜어내고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쓸모가 생기고 쓰일 수 있게 된다는 것. 무의 의미를 일상의 물건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고 있다.



노자는 공자와 동시대 인물이었다. 둘은 서로 만난 적도 있었고 그때 공자가 노자에게 가르침을 구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때 노자는 공자에게 교만과 탐욕, 허세와 지나친 욕망을 버리라는 얘기를 건넸다. 이를 듣고 공자는 "노자의 사상은 알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용과 같았노라!"하며 찬사를 던졌다고 한다. 이 일이 공자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노자의 사상을 인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노자가 유가의 덕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도덕경」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그 중 한 구절이다.


위대한 도가 사라지자 인과 의가 생겨났고

지혜가 나타나자 큰 거짓이 생겼났으며

육친이 불화하자 효도와 자애가 생겨났고

국가가 혼란해지자 충신이 생겨났다.


공자를 위시한 유가에서 중요시하는 인, 의, 지혜, 효도, 자애, 충 같은 덕목들이 노자의 관점에서는 무위가 사라짐으로써 나타나는 것들이었다. 무위로써 살아갈 때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도가 사라지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가의 덕목들이 나라의 어지러움을 바로 잡기 위해 나왔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거짓이 생겨났다고 하기도 한다. 유가의 덕목들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무위가 사라진 상태의 어지러움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도道'이다. 도를 정의내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형체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알맞게 흘러다니는 기운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정의는 추상적인 느낌도 들지만 도 자체가 유에도 있고 무에도 있는 현묘한 것이라고 「도덕경」에서 누차 설명을 하고 있다.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도가 아닌 것이다. 


노자의 도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나온 것이 무위이고, 무위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연물이 바로 물이다. 그래서 노자 사상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무위자연'과 '상선약수'가 나오게 된 것이다. 무위라고 해서 노자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는 걸로 알아들으면 곤란하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집착함 없이 다만 하는 것, 이것이 노자가 주장하는 무위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노자의 사상은 공자나 맹자의 유가 사상에 비하면 추상적이고 뜬구름 같은 얘기라고 들릴 지도 모르겠다. 노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세력과 패권을 다투는 제후들이 난립하여 각자의 이익을 최대치로 추구하던 시기였다. 이들에게 노자의 무위사상은 과연 얼마나 와 닿았을까.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도 이익을 추구하는 측면에선 그때와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자연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해 인간이 재앙을 입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노자의 무위자연은 대안적인 삶의 모습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익추구에만 눈이 멀어 자연을 무분별하게 다루다가 코로나의 습격을 받고 있는 요즘, 이제는 늘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언제 어디서 위험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느끼며 살게 됐다. 자연과의 공존을 이루지 않으면 인간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노자의 사상은 수천년을 뛰어넘어 이런 현실을 마주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제는 덜어내고 비워낼 때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낭송 도덕경」을 펼치고, 오늘 나는 무엇을 덜어내고 비워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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