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많은 사람들이 머물렀던 숙소는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것에 별로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나갈 준비를 했고, 혼잡함을 벗어나려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밖은 바람이 불어 쌀쌀했지만 비가 오지 않고 아침의 상쾌함이 더해져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쉴 때 날이 추워서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초반에 들렀던 마을들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하릴없이 바깥에서 조금씩 쉬면서 간식을 꺼내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빵을 먹다가 소화가 안되어 반 이상을 뱉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운 날씨에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제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밖에 쉴 때에는 따로 뭘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바가 문을 연 곳을 발견하여 들어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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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자고 있던 사람들이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덩달아 잠에서 깼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잘 잔 느낌이었고 조식 시간에 되어 준비된 음식을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건너편에 있던 한 외국인이 내게 한국 영화가 좋다는 얘기로 말을 걸면서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그는 아일랜드 사람이었고, 올드보이를 비롯해 자신이 본 한국 영화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떠나기 전에 기부함 통에 기부금을 넣었습니다. 기부제 알베르게의 경우 숙소에 머문 뒤에 자율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데요. 보통 마음이 나는 만큼 기부를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식사와 잠자리가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합당한 느낌의 금액을 넣었는데, 하필 그때 숙소 관리인들이 기부함 통 바로 옆에 있었고 괜히 신경이..
아소프라의 단층침대에서 잘 잔 덕분인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출발할 때의 몸 상태는 매우 가뿐했고, 배낭의 짐을 혹시 빠뜨린 게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역시 몸이 건강해야 걷는 것도 즐겁게 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마을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고, 휴식 주기에 따라 중간에 잘 쉬어주면서 걸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마을을 보니 예전 순례길에서도 이 곳에 들렸었던 것이 기억이 났고, 그때는 비가 억수 같이 쏟아져 신발까지 완전히 젖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 이 마을을 다시 걷게 되니 기분이 새롭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계속해서 강하게 불고 있었고, 밖에서 휴식을 취하기보다 실내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마을 초입에 바가..
전날 숙소에서 좋지 않은 일들을 겪고 추운 데서 샤워하고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침낭을 꼭 닫고 잔 덕분인지 일어났을 때 목이 아팠던 게 좀 나아졌습니다. 그전까지는 침낭 밑을 열고 잤는데 이번에 잘 때는 추위가 많이 느껴져 그 부분을 완전히 닫았었는데요. 그렇게 자도 막 답답하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보온을 유지하며 잘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개인실을 잡을 때 나이 먹은 호스트가 체크아웃 시간이 9시라고 했는데 전날 실랑이를 벌일 때 있던 젊은 남자가 8시에 나가야 한다고 말을 바꾸더군요. 9시까지 머물러도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어제 그런 일을 겪었는데 이 숙소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8시가 될 무렵 미련 없이 숙소를 떠났습니다. 가기 전에 ..
전날 비가 오기도 하면서 도시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로그로뇨에 하루를 더 머물고자 했습니다.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나와 근처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향후 일정을 생각하기 위해 마땅한 장소를 찾다가 성당 가까이에 있는 공원을 발견했습니다. 공원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돌로 된 벤치가 있었고, 와이파이 연결도 되서 훌륭한 쉼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추워지기 시작했고, 그때 예전에 한 순례자로부터 바에서 먹는 생맥주 맛이 좋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공원 근처에는 맥주를 파는 바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그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습니다.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하니 약간의 마른 안주도 함께 내주었는데요. 맥주 한 잔을 들이키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시원함까지 더해서 기..
이날부터 유럽에 서머타임이 해제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일출과 일몰 시간이 모두 1시간씩 당겨졌는데요. 예전에 순례길을 걸을 때도 시간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서머타임의 영향으로 그런 것임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서머타임은 일광 절약 시간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름 시기에 표준시를 본래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겨서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철에 태양 에너지를 좀 더 활용하는 차원에서 도입이 되었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대략 4월부터 10월까지 기간에 서머타임이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8시 전인데도 이전과 다르게 날이 밝아져 하루..
숙소 옆자리를 쓰던 외국인들이 새벽부터 요란스럽게 짐을 싸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보통 새벽 일찍 길을 떠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으니 방 밖으로 나가서 짐을 싸는 게 보통인데 이들은 그런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 시끄러움에 잠을 계속 자기 힘들어서 밖으로 나갔고, 그들이 나간 다음에 다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를 뚫고 길을 가다가 어제 들렀던 아예기에서 이라체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방향을 잘 살펴보니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다시 길을 잡고 수도원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예전 순례길에서도 이 부근에서 해프닝이 발생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일이 생겨서 정신을 바..
이날은 많이 걷지 않고 쉬어가는 날로 정했습니다. 일단 물집으로 인해 오래 걷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쉬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리고 쉬면서 와인을 마시고 취기를 편안하게 느끼고 싶기도 했습니다. 에스테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라체 수도원이 있는데, 수도원 초입에 순례자들을 위해 제공되는 와인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와인을 받은 다음 근처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며 즐길 예정이었죠. 이라체 수도원은 금방 도착했고, 와인을 받을 수 있는 곳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와인뿐만 아니라 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물통이나 용기를 준비해서 필요한 것을 담아가면 좋습니다. 순례자들을 위한 이런 서비스는 순례길에서 맛볼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