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들며 지금까지 역사소설을 써 왔습니다. 그의 첫 데뷔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최근에 나온 '고구려'까지 그의 소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서 뗄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김진명 소설의 힘은 역사와 취재로부터 나옵니다. 그는 어떤 무엇보다 역사를 중심으로 놓고 한국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의 잃어버린 문화, 특히 정신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문화가 곧 그 나라와 민족을 지탱해주는 본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수없이 넘나들고 역사의 현장을 찾아 진실의 흔적을 쫓으면서 그는 통찰이 담긴 수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바로 그 기록을 만화의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그 첫번째 기록은 "한국의 한(韓)은 어디에서 왔나? : 대한민국 국호 한(韓)의 비밀"입니다. 




한국의 한(韓)은 어디에서 왔나? : 대한민국 국호 한(韓)의 비밀



우리나라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大韓民國)입니다. 보통 한국이라고 줄여부르는 이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다들 한국이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알고만 있지 그 유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은 저를 비롯해서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 봅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이름이 왜 한국인지에 대해서 어렸을 때부터 궁금해 했습니다. 작가의 남다른 역사의식과 궁금증이 여기서도 발휘가 된 것이겠죠. 그렇게 찾아본 결과 대한제국이 만들어질 때 '한'이라는 이름을 계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나라가 세워질 때 전에 있던 나라를 계승하는 이유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가 고구려를, 조선이 고조선을 계승한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죠. 그런데 기존에 나온 역사서에서 한의 유래를 살펴보니 고대 한반도에 존재했던 삼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삼한은 마한, 변한, 진한을 통칭하는 말로, 한반도에 백제, 신라, 가야가 등장하기 전에 존재했던 부족국가였습니다. 나라의 형태도 채 갖추지 못한 부족국가를 대한제국이 계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작가가 보기에 말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다시 한의 유래에 대해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중국의 고서인 사서삼경에서 '한'의 이름을 찾게 됩니다. 사서삼경 중에서도 공자가 으뜸으로 칭하던 <시경>에 그 글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시경> '한학편'에 한후(韓候)가 있었고 거기에 '한'이 있었습니다. '후'는 제후나 임금을 뜻하는 것으로, '한후'는 '한'이라는 나라의 임금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고 나서 '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주위의 학자과 교수들에게 수소문해 본 결과 모두 춘추전국시대에 존재했던 '한'을 가르켰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확인해본 결과 모순점이 있었습니다. <시경>에 나오는 한후는 중국 주나라 선왕 때 중국을 방문했는데, 주나라 선왕은 기원전 827~782년에 재위했던 사람인데 반해 춘추전국시대의 '한'은 기원전 403년에 건국된 나라였던 것입니다. 


연도에서 모순을 발견한 작가는 학자와 교수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제 알아야 할 것은 이 한후라는 사람의 나라 한이 과연 어떤 나라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중국의 어떤 역사서를 보아도 이 '한'이라는 왕조는 춘추전국시대의 '한' 뿐이었습니다. 그때 작가는 가설을 세워봅니다. '한'이라는 나라는 존재하는데, 그 나라가 중국의 왕조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그 '한'은 한족의 왕조가 아닌 다른 민족의 왕조인 것이고, 이름이 같은 우리나라 '한'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죠. 


하지만 아무런 증거나 기록도 없이 그런 주장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다 뜻밖에도 작가는 중국 동한 시대의 왕부라는 대학자가 쓴 <잠부론> '씨성편'에서 엄청난 기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왕부는 중국 한(漢)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대학자로, 그의 <잠부론>은 세계의 100대 명저에도 꼽히곤 했습니다. 그 중 <씨성편>은 성씨의 기원을 기록한 책으로, 왕부는 그때까지의 모든 기록을 섭렵해 성씨의 유래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씨성편>에서 그는 한씨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한후가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시경>에 나오는 한후의 자손은 위만에게 멸망당해 바다를 건너갔다" 



위만에게 망한 사람은 고조선의 준왕으로, 국사교과서에도 나오는 인물이고 한후의 후손이 건너간 바다는 바로 서해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고조선은 한반도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위만에게 멸망당한 한후의 후예는 고조선의 준왕이었지만 그로부터 약 800년 전에 존재했던 조상이 조선후가 아니라 한후라는 명칭을 쓴 것을 보면 고조선의 과거 국호가 '한(韓)'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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